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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눈 칼럼/이승희칼럼

벼량끝에 선 자영업자의 눈물

이승희기자 칼럼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의 눈물

 

“할 것 없으면 장사나 할까“ 하는 자영업의 환상이 깨어지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2005~2014년)간 창업한 자영업자 967만5760곳 가운데 799만309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업률이 82.6%로 10명이 창업하더라도 8명 이상은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의미이다. 업종별로는 음식업 172만4059명(21.58%), 서비스업 164만3922명(20.57%), 소매업 164만855명(20.54%) 순이다.

“장사하면 10명중 한명만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었음을 통계자료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가혹한 현실은 지독한 경쟁만이 아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자영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중 매출기준 1200만~4600만원 미만 구간이 30.6%인 146만4000업체로 가장 많았고 1200만원 미만도 21.2%인 101만8000업체나 되었다.

자영업자 51.8%가 매출기준 월4백만원도 벌지 못한다면 재료비, 임대료 ,공과금 등 필수경비를 제외 시 빛내서 장사한다는 자영업자의 한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일부에서는 자영업자의 현금매출누락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변하나 천원짜리를 사고도 카드결제가 일상화 되고 있는 요즘 과거와 같은 매출누락은 극소수일 것으로 판단된다.

치열한 경쟁, 매출부진 외에도 자영업자를 옥죄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급격한 금융권 대출 증가추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350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332조8000억원에 비해 17조5000억원(5%) 늘어났으며 통계청 역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지난해보다 3.9%(369만원) 증가한 평균 9812만원이라고 발표하였다.

한국은행은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채위험군(한계가구.부실위험가구)을 집계한 결과 자영업자의 27.7%가 해당한다고 발표하였다. 한마디로 자영업자의 암흑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은 최근 장사를 포기한 자영업자의 절규에서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은행에서 근무하던 A씨는 명퇴 후 고민 끝에 프랜차이즈음식점을 창업하기로 하고 6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작년 10월 경기 신도시에서 창업을 하였다.

초기비용으로 프랜차이점가맹비용 2억원, 보증금 8천만원, 권리금 37백만원이 들어갔고 월임대로 3,600천원, 사장부부외 종업원은 3명으로 시작하였다.

A씨는 아파트만 8만세대에 육박하는 상권이라 기대가 많았으나 실상은 상업지역 이외 근린상가들이 속속들이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무한경쟁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올해 6월에 장사를 포기하고 가게를 내어났으나 프랜차이즈 계약상 2년간은 프랜차이즈업종으로만 장사를 해야하니 인수자가 없어 6개월간 임대료만 내고있다고 한다.

A씨는 “권리금도 포기한 상황인데도 인수자가 없다면서 앞으로 10개월간 임대료만 내야 될 것 같다”고 누구보다도 아이들과 부인한데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앞으로도 인수자가 없다면 A씨가 입을 손해는 가맹비용 2억원, 권리금 37백만원, 임대료 87백만원, 인건비 24백만원 총 348백만원에 이른다.

A씨 가게가 위치한 상권의 현실은 1년 만에 90% 이상 임차인이 바뀌었으며 최근 신축한 상가들은 수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고 임대료도 고점대비 30% 이상 내려간 상황이었다. 즉 건물주들도 임차인 못지않게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차임금과 보증금으로 건물을 구입하였으나 매입당시보다 임대료는 떨어지고, 상가도 비어있고 원룸은 공실만 늘어나고 대출이자는 조금씩 오르고 일부 건물은 은행경매설이 돌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자영업자의 실상이 이러한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국 자영업자 비중이 27.4%로 34개국 중 4번째로 높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영업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장년층, 애초부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이 창업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자영업자 수가 많다 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이는 결국 중산층의 몰락을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금융노조, 철도노조, 운수노조 등과 같이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싸워줄 우군이 없다.

믿는 것이라곤 잘되겠지 하는 요행과 동네 철학관에서 듣게 되는 격려와 당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장밋빛 전망 뿐이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노조들이 일자리를 나누길 기대하는 것은 더더욱 어리석은 일이요, 정치권에 자영업자도 대한민국 국민이요 투표권이 있다고 호소하고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임을 알기에 벙어리 냉가슴 알 듯 오롯이 자영업자 자신이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할까.

그렇다면 단기필마로 분투하는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과연 없는 것일까?

자영업자 암흑시대, 이들의 눈물이 피눈물로 바뀌는 그 날, 책임있는 자, 그들의 변명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